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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봄날'을 많이 듣다보니 설국열차가 나오면 나도 모르게 봄날에 나오는 '설국열차~'를 따라하는 거에 이어 내 픽 중 한 명인 유선호이 더이스트라이트 이우진과 함께 칙칙폭폭하면서 설국열차하는 것도 떠올라서 계속 저 동작을 따라하게 된다.
우리 학교의 '문학과 영상'이라는 교양 수업에서 세 가지 주제로 레포트를 쓰게 되었는데, 나는 만화 설국열차와 영화 설국열차를 비교하는 레포트를 쓰기로 했다. 엄청 열심히 썼지만 왠걸, 매체적 특성에 맞게 쓰라고 하셔서 많이 손을 보아야 했다.ㅠㅠ 너무 열심히 찾고 쓴게 아까워서 포스팅을 한다.
1. 프랑스인 작가의 눈으로 본 설국열차
만화 <설국열차>는 1984년 발간된 프랑스 만화이다. 이 만화는 총 네 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중 봉준호 감독이 영화화한 것은 1편 <탈주자>이다. 1편의 주인공은 꼬리칸의 탈주자인 프롤로프, 그리고 인권운동가인 아들린이다. 아들린은 꼬리칸의 실태를 알기 위해 프롤로프와 만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진다. 영화와 달리 만화 내에서는 아들린 벨로와 같이 꼬리칸에 있는 자들과 상생해야한다고 주장을 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혁명을 일으킴으로써 머리칸으로 나아가는 영화와 달리 만화에서는 황금칸 사람들이 꼬리칸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고, 그로 인해 프롤로프는 꼬리칸에서 황금칸으로 이송된다. 프롤로프는 황금칸, 즉 엔진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부자와 천민, 군인, 민간인, 성직자, 시민운동가 등 다양한 인물들을 접하게 된다. 이들 중 꼬리칸인 프롤로프를 은근히 무시하는 자도 있었고, 꼬리칸에서의 삶을 궁금해하는 자 또한 있었다. 황금칸 사람들이 프롤로프를 비롯한 꼬리칸 사람들의 사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들은 꼬리칸을 떼어낸다는 것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고, 자신들의 안위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원작 자체가 프랑스 만화인 만큼, 만화 <설국열차>의 세계관은 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가 존재했던 과거 프랑스의 계급 사회를 연상시키기 충분했다. 프롤레타리아의 뜻은 ‘가진 것이 자식밖에 없는 자’를 의미하고 이들은 만화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을 상징한다. 반면 부르주아는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이들은 질서 속에서 보호를 받는 황금칸 사람들을 상징한다. 아마 작가는 과거 프랑스의 계급 사회를 연상시키는 매개체로 열차를 활용한 것이고 꼬리칸 사람 중 한 명인 프롤로프와 아들린을 부르주아를 상징하는 황금칸 사람들에게 대적하는 캐릭터로 설정했을 것이다.
만화 <설국열차>는 계급 구조의 부조리함은 다루고 있으나 영화 <설국열차>와 달리 유색인종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않는다. 열차 내 주요 인물들은 모두 백인 남성 캐릭터들로, 이들이 만화의 주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고 있다. 원작이 프랑스 작품이라는 점, 메인 작가들이 백인 남성이라는 점, 그리고 1980년 작품이라는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아마 이러한 설정은 그 당시 만화 속 일반적인 클리셰에 불과했을 것이다.
2. 한국인 감독의 눈으로 본 <설국열차>
영화 <설국열차>는 2013년 8월 1일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만화 <설국열차>의 전체적인 세계관을 따온 것이고, 설국열차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한 것 이외에는 캐릭터도, 결말도 다르다. 영화 <설국열차>는 ‘윌포드가 만든 부조리한 질서 속에서 꼬리칸 사람들이 앞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혁명’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스토리이다. 영화 또한 세계사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계급사회에서 낮은 계급이 높은 계급으로부터 받는 불평등한 대우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동’을 착안했다고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인류가 살아가는 세계의 상징물로 연출했다. 이러한 열차의 절대적인 지배자 ‘윌포드’, 그 질서에 저항하고자 하는(것 같았던) 중심인물 ‘길리엄’, 행동대장 ‘커티스’, 그리고 그의 조력자인 수많은 꼬리칸 사람들과 ‘남궁민수’, ‘요나’가 주요한 캐릭터로 등장하며 이들은 윌포드가 만든 체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만화에는 만화작가만의 가치관이 스며드는 것처럼 영화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가치관이 담겨있다. 평소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영화에 한국 사회 혹은 세계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녹여내기로 유명하다. 그는 평소 자신의 영화에 부조리한 사회상의 매개체로 터널 및 동굴을 형상화한 장면을 삽입하곤 한다. 영화 <설국열차> 또한 이러한 연출을 엿볼 수 있다. ‘윌포드가 형성한 질서’, ‘머리칸과 꼬리칸 사이의 격차’, ‘꼬리칸의 반란’과 같이 계급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모든 상황이 일어나는 공간인 기차는 마치 동굴을 연상한다. 중간에 꼬리칸과 머리칸의 기술 격차(투시경과 횃불)를 보여주는 터널 학살씬의 경우 대놓고 사건이 터널에서 벌어진다. 마지막 부분에 커티스가 윌포드를 만난 후 성냥을 달라는 요나의 부탁을 뿌리치며 커티스가 윌포드의 질서 체제에 순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그가 있던 장소인 엔진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 곳은 동굴을 연상시키며 줄곧 계급사회에 투쟁을 하던 커티스의 모습과 달리 세속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엔딩 씬에서 기차가 폭발하고 요나와 티미가 기차 밖으로 나오는 씬은 백인 남성이 형성한 계급사회가 붕괴되고 소수자였던 유색인종이 이러한 사회에서 빠져나와 최후의 인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로 그는 설국열차에서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히어로이자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캐릭터들이 따르는 WASP법칙(White Anglo-Saxon Potestant)을 거스르고 있다. 봉준호 감독은 백인이자 성인 남성인 커티스는 죽이고, 동양인 여성과 아프리카계 소년이 살아남도록 설정하였다. 현재 세계는 미국인 백인 남성이 세계적으로 권력을 잡고 있다. 그래서 윌포드 또한 자신의 자리를 넘겨줄 인물로 커티스를 선택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기득권층은 백인 남성에서 백인 남성으로 계승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기차가 폭발함으로써 영화 속에서는 백인 남성인 윌포드가 이룩한 세계는 파괴되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아시아계와 아프리카계라는 것을 암시한다.
봉준호 감독이 현대 사회 속에서 암묵적으로 존재하는 차별을 인지하고 있고, 그가 전 세계의 기득권층이라고 볼 수 있는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이기때문에 유색인종, 여성, 아동, 노인들과 같은 소수자의 입장을 더욱 헤아릴 수 있었고 이와 같은 연출들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3. 원작과 리메이크, 그 사이
스토리적인 측면에서의 원작과 리메이크작 사이에 다양한 유사점과 차이점이 나타난다. 먼저 원작인 만화 <설국열차>와 리메이크작 영화 <설국열차>는 전체적인 스토리는 다르지만 캐릭터의 설정 속에서 비슷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열차의 절대적인 1인자인 알렉 포레스티에 그리고 윌포드는 엔진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이는 이 둘이 열차의 엔진을 의인화하는 모습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알렉 포레스티에의 경우 엔진에 ‘올가’라는 이름을 직접 붙여주었고 윌포드는 엔진을 ‘그녀’라고 지칭하였다. 또한 만화 속 황금칸과 영화 속 머리칸 사람들의 모습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황금칸과 머리칸 모두 자신들의 위치에 만족하고 안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살기를 원하고 꼬리칸의 불평등한 대우와 그들을 떼어내려고 하거나 학살하여 열차 내 질서를 유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등 배타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만화 <설국열차>의 주인공 프롤로프와 영화 <설국열차>의 커티스는 캐릭터가 앞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근본적인 이유부터 다르다. 프롤로프는 꼬리칸에서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고자 개인적으로 꼬리칸에서 벗어난다. 반면 커티스는 부조리한 현실을 깨닫고 꼬리칸 사람들 모두 정당한 대우를 받기를 바라며 꼬리칸 사람들과 함께 머리칸으로 나아간다. 즉, 전자는 개인의 생존을 위해 열차 앞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었고, 후자는 열차 내의 질서에 대해 저항하고 개혁하고자 앞칸으로 나아갔다. 또한 앞에서 언급했듯이 원작에서는 질서 유지의 방법으로 꼬리칸을 떼내는 방법을 선택하지만 리메이크작의 경우 인위적인 반란을 조성함으로서 몇 년 주기로 일종의 ‘개체수 조절’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원작에는 꼬리칸 사람들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인권운동가라는 -꼬리칸은 아니지만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머리칸을 위협하는 존재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반면 리메이크작에서는 머리칸을 대표하며 윌포드에게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메이슨 총리, 윌포드의 비서 클로드, 윌포드의 아이를 임신한 학교 선생님 등의 특성이 활성화되어 꼬리칸에서 머리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들을 억압하는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만화 <설국열차>와 영화 <설국열차> 모두 ‘설국열차’라는 디스토피아에서 벌어지는 불평등한 계급사회 속에 이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는 캐릭터의 등장시킴으로써 이 캐릭터가 열차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주목한다는 공통의 내러티브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작가의 가치관과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설국열차’라는 동일한 세계관 속에서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두 가지의 작품이 탄생하였다. 시대적, 사회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두 작가가 어떤 특성을 더하고 독자 혹은 관객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유의해서 감상한다면, ‘설국열차’가 단순히 계급사회에 대한 투쟁에 관한 것이 아닌, 더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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