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리뷰 (스포 있다)
기생충 영화를 보는 내내 굉장히 불편하면서도 찝찝한 기분을 버리지 못했다. 이 영화는 한국 사회 내에서 보이지 않는 계급을 형상화 했고 하층민들이 부유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마치 부품처럼 존재하며 이러한 모습을 기생충에 비유했다. 초반에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코미디에서 중반부터 갑자기 스릴러로 전환하고 결말에서는 각자의 재정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씬을 꼽으라면 다름 아닌 박사장네 집에서 탈출하여 빗 속에서 집으로 가는 기택, 기우, 기정이었다. 박사장 가족은 비로 인해 캠핑이 무산되고 따뜻하고 안전한 집으로 돌아와서 편하게 쉬었으나 셋이 비를 피해 돌아온 집은 홍수로 인해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터널과 계속되는 계단 등과 같이 하강의 이미지가 주로 연출되어 마치 땅 깊숙하게 내려가는 벌레와 같이 연출하였다. 이를 통해 박사장네와 기택의 가족 사이에 간극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본 후 이 영화가 황금 종려상을 탄 이유에 대해 혼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물론 봉준호의 훌륭한 연출과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만든 시나리오,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구조가 아마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하지만 ‘신선함’도 한 몫 했을 거 같다. 이 영화는 어떤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하느냐에 따라 재밌고 웃긴 엽기 스릴러인지 아니면 공포영화인지 장르가 갈릴 것이며,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 수긍을 하는지 아님 의문을 품는지에 따라 엔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갈릴 것이다. 칸의 심사위원들 대부분은 이 영화 속 박사장에게 크게 이입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대다수가 국외인인 점을 봤을 때 산경수석과 같은 미신에 집착을 하는 모습, 그리고 끝없이 밑으로 내려가야 나오는 반지하 집, 그리고 잘 사는 사람을 만나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를 김칫국 마시는 것으로 보여주는 대사들은 이들에게 신선한 포인트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송강호가 박사장을 칼로 찔러 죽이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기택이 박사장을 칼로 찔러 죽인 씬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면, 이 장면은 모든 것을 부정당한 한 가정의 가장의 발악을 그린다고 생각을 했다. 이들이 식탁 밑에 숨어있고 박사장과 그의 아내가 소파 위에서 이야기를 할 때 기택에 대한 냄새에 대한 이야기와 선을 넘는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딸에 대한 이야기와 인디언 분장을 하는 씬은 기택이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열심히 상류층의 비위를 맞추고 노력한 것을 한 순간에 부정시키는 지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부품이 열심히 일을 해도 상류층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갈아치우면 그만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택이 박사장을 칼로 찔러 죽이는 씬이 이 영화에 가장 큰 카타르시스를 불러 일으키는 지점이라고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보았지만 생각보다 다혜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없었다. 민혁에 이어 기우까지 그를 좋아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캐릭터를 통해 봉준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뭐였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 생각엔 단순하게 대학생 오빠한테 쉽게 끌리는 어린 학생의 모습을 그렸을 뿐, 이에 대해 진지한 교제를 고려하는 기우와 민혁에 비판점을 제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다혜가 정말로 별 생각 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면 피 흘리는 20대 중반의 남성을 직접 업고 나왔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다송이에게 그러한 트라우마가 있었던 것과 같이 다혜에게도 어떠한 이야기가 있지 않았을까. 단순히 다혜를 기우와 민혁이 자신을 좋아하는 10대 소녀를 쳐내지 않고 받아들이며 오히려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여기는 캐릭터로 읽혀진다는게 너무나도 아쉬웠다.